광주과학기술원(GIST) 연구팀이 신경 손상 후 발생하는 난치성 신경병증성 통증을 증폭시키는 단백질의 작용 기전을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기존 약물로 치료가 까다로운 신경통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신경 손상 후 늘어나는 IGFBPL1 단백질의 역할

GIST 의생명공학과 정의헌 교수와 김상성 연구부교수, 엠마누엘 아쿠아 박사과정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말초 감각신경에서 'IGFBPL1' 단백질이 신경병증성 통증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단백질은 뇌와 망막에서 신경 성장 및 면역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말초 감각신경에서의 통증 조절 기능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외상, 수술, 당뇨병, 항암 치료 등으로 신경이 손상된 뒤 가벼운 접촉에도 심한 통증이나 화끈거림, 저림 등이 지속되는 증상이다. 연구팀이 생쥐의 좌골신경을 압박해 손상시킨 결과, 감각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후근신경절에서 IGFBPL1 발현량이 손상 후 7일째에 가장 높았고 21일까지 유지됐다.

통증 과민 반응 완화와 향후 과제

연구팀이 후근신경절에 유전자 발현 억제 물질이나 중화항체를 투여해 해당 단백질의 작용을 막자, 압박과 열 자극에 대한 통증 과민 반응이 완화되고 보행 이상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정상 생쥐에게 이 단백질을 주입했을 때는 변화가 없었으나, 신경이 손상된 생쥐에게 추가로 주입하자 통증이 더 심해졌다. 이는 IGFBPL1이 평상시에는 통증을 유발하지 않지만 신경 손상 이후 통증을 증폭시키고 염증 반응에 관여함을 보여준다.

정의헌 교수는 후근신경절을 국소적으로 겨냥하는 치료 전략이 마약성 진통제 의존성을 낮추는 치료제 개발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수컷 생쥐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인체에서의 효능이 직접 입증된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향후 암컷 동물 모델, 당뇨병 및 항암제 유발 통증 모델, 그리고 인체 조직 검증으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Journal of Neuroinflammation'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