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에 맞춰 식물의 활동을 조절하는 생체시계가 염분에 대응하는 유전자의 작동에도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시간을 재는 체계와 환경 변화에 맞서는 체계가 별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성과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연구진은 식물 연구에 널리 쓰이는 애기장대의 생체시계 구성 요소인 '티아이시(TIC)' 단백질에 주목해 염분을 견디는 능력과 유전자 조절 사이의 연관성을 밝혔다. 해당 연구는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연구에 따르면, 식물에 염분 스트레스가 가해질 때 세포핵 안에서 시계 단백질이 응축체를 형성해 작은 방울과 같은 집합체를 만든다. 반면 염분이 아닌 삼투 스트레스만 가했을 때는 같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아, 단순한 불리한 환경 노출 이상의 특이적 반응임을 시사했다. 이 과정에서 시계 단백질은 히스톤에서 아세틸기를 제거하는 효소들과 결합하며, 염분 조건에서 응축체가 생기면 유전자 발현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또한 실험을 통해 내부 생체주기와 외부 명암 주기의 일치 여부가 스트레스 대응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확인됐다. 다만, 이번 연구는 애기장대를 대상으로 한 기초 연구 단계로, 주요 식량작물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하는지 여부와 실제 농경지 환경에서의 복합적 스트레스 극복 여부는 향후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염류 영향 토양은 약 13억8000만 헥타르에 달한다. 이번 연구는 농경지 토양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기술이라기보다는, 식물이 위험에 대응하는 시점과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생물학적 단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